오래 전 ‘이날’]'유럽연합'에 부족했던 2%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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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기
■1991년 5월21일 “영국, EEC 가입 합의”
영국은 지난 1월 유럽연합(EU)과 결별했습니다. 지난해 1월 브렉시트가 영국 의회에서, 또 EU 회원국들 사이에서 최종 승인된 후 11개월 남짓한 이행 기간(브렉시트 준비 기간)도 종료되면서였죠. 지난 2016년 국민투표를 통해 영국이 EU에서 탈퇴하기로 한 지 5년여 만입니다. 브렉시트의 시작이었던 국민투표가 사실 EU 잔류파였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의 오판(?)에서 시작된 것이었고, 이후 협상 과정에서도 논란과 우려가 계속됐지만 결국은 영국은 떠나고 말았습니다.
이제 영국인들은 EU 회원국들에 방문하거나 취업하려면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고,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으로 취업하려면 해당 국가의 자격을 재취득해야 합니다. 다만 우려됐던 ‘노딜 브렉시트’는 피하게 돼, 상품 교역에서는 별도의 협정을 통해 기존의 무관세·무쿼터의 혜택을 계속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영국이 EU에 합류한 건 언제였을까요?
50년 전 이날 경향신문에는 “영·불 정상, 비밀 회담 끝에 영 EEC 가입 합의”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기사는 “히드 영국 수상과 퐁피두 프랑스 대통령은 20일 밤 엘리제 궁에서 수 시간의 비밀 회담을 끝낸 뒤 영국의 EEC 가입을 포함하는 유럽 장래 문제에 관해 광범위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고 전합니다. 이어 “히드 영국 수상은 이번 회담에서 영국의 EEC 가입 문제가 중점적으로 토의되었으며 자신은 영국의 EEC 가입을 위한 중대한 진전이 곧 이루어질 것으로 확신하게 되었다고 말했다”고도 전합니다.
1971년 5월21일자 경향신문
여기서 EEC는 유럽경제공동체를 뜻합니다. 바로 EU의 전신이죠. 유럽통합의 시초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가 1952년 결성한 ‘유럽 석탄철강 공동체(ECSC)’입니다. 그리고 이 나라들은 1957년 EEC를 만들죠. 이듬해인 1958년엔 ‘유럽 원자력 공동체(EURATOM)’도 만들고요. 그리고 1964년 이 3개의 기구를 통합해 EC, 즉 유럽공동체 체제를 만듭니다. 이후 영국을 비롯한 덴마크, 아일랜드, 노르웨이 등이 추가로 가입을 타진하게 되는데요. 이 과정을 기사는 전하고 있습니다.
결국 4개 나라 중 노르웨이를 제외한 영국, 덴마크 아일랜드가 1973년 가입을 합니다. 영국이 EU에 합류한 건 사실상 1973년인 셈입니다. 이후 19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조인돼 경제 영역 뿐 아니라 외교·안보, 치안 분야에서까지 공동체를 형성하기로 하고, 조약이 발효된 1993년 EU가 공식 출범합니다. 2002년부터 전 회원국에서 자국 통화 대신 유로화가 사용되기 시작했고, 2007년 회원국들 간 국경선은 물론 노동 시장까지도 완전 개방됩니다. 그리고 2013년 크로아티아의 가입 이후 지난해 브렉시트 전까지, EU는 28개 회원국 체제를 유지했습니다.
브렉시트 기념 주화
유럽이 통합을 하려 한 이유로는 크게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이 거론되는데요. 유럽 대륙에선 유사 이래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민족주의가 발호하면서 1, 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대미문의 비극도 벌어졌습니다. ‘민족으로 갈려 서로 싸우지 말고 유럽 대륙의 구성원으로써 사이좋게 하나가 되자’는 게 통합의 내부적 취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외부적으로는 2차대전 이후 냉전 체제에서 소련이라는 거대한 군사적 위협과 미국이라는 거대한 경제적 경쟁자의 등장에 따른 위기감이 작용했습니다. 개별 국가 단위로 이들에 대응하는 것엔 한계가 있는 만큼 유럽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국가처럼 만들어 대응하려 한 거죠.
그래서 처음엔 자원을 효율적으로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경제, 외교·안보, 치안, 국경과 노동시장 등으로 개방과 통합의 영역을 넓혀갔고, 별도의 공동 의결·집행 기구를 두어 외교, 통상, 안보 분야의 굵직한 사안에서는 정책과 목소리를 통일하는 등 마치 연방제 국가와 같은 모습으로 진화해 간 것입니다.
그렇다면 영국은 왜 이 대열에서 이탈한 것일까요? 주로 거론되는 건 이민자 문제와 분담금 문제 입니다. 노동 시장이 전면 개방되면서, 동유럽의 값싼 노동력이 영국에 대거 유입됐고, 이들이 영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인식이 점차 강해졌죠, 또 EU 집행부가 시리아 이민자 등 난민을 수용하는 방침을 정하면서 자국 내 이민자나 무슬림이 증가하는 것에 두려움과 거부감을 갖는 영국인들이 많아졌습니다.
또 EU에 내는 돈은 많고, EU에서 받는 혜택은 상대적을 적다는 점도 불만이었습니다. 회원국 중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선진국들은 동유럽 국가들보다 많은 분담금을 내왔습니다. 여기에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까지 경제 위기로 휘청이면서 힘보단 짐이 되는 경우도 많았고요.
결국 영국이 브렉시트를 한 속내는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동유럽이나 남유럽 국가들만 좋은 일시키는 분담금 납부를 그만두고, 이민자나 난민의 유입을 막으면서도, 무관세로 유럽 전역의 시장에 상품을 내다팔 수 있었던 혜택은 별도의 협정을 통해 유지하려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외부의 큰 위협은 단결의 계기를 제공하지만 그것을 유지하는 힘은 서로의 희생과 양보라는 진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뿐 아니라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도 예외가 아닌가 봅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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