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물 얼고, 눈이 내린 날’
67
2025.01.29 09:03
짧은주소
- - 짧은주소: http://iapl21.kr/bbs/?t=172 주소복사
본문
한강물 얼고, 눈이 내린 날
강물에 붙들린 배들을 구경하러 나갔다.
훈련받나봐, 아니야 발등까지 딱딱하게 얼었대.
우리는 강물 위에 서서 일렬로 늘어선 배들을
비웃느라 시시덕거렸다.
한강물 흐르지 못해 눈이 덮은 날
강물 위로 빙그르르, 빙그르르.
웃음을 참지 못해 나뒹굴며, 우리는
보았다. 얼어붙은 하늘 사이로 붙박힌 말들을.
언 강물과 언 하늘이 맞붙은 사이로
저어가지 못하는 배들이 나란히
날아가지 못하는 말들이 나란히
숨죽이고 있는 것을 비웃으며,
우리는빙그르르. 올 겨울 몹시 춥고 얼음이 꽝꽝꽝 얼고.”
-김혜순 ‘한강물 얼고, 눈이 내린 날’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